"길 없으면 길을 만든다"… 페루 광산업 뚫은 '억척 코레아노'

입력 2017-12-17 18:54  

도전 2018, 중남미로 경제영토 넓히자
맨손으로 시장 개척한 한국인들

페루서 광산 개발·중장비 임대 이채욱 우길 대표

광산업 진입 유일한 동양인
'광산 마피아'가 장악한 페루
장비 고장 잦은 고지대 공사
부품 공수해가며 신뢰 얻어

아연 세계 2위 볼칸 전 회장
"우길과 사업 함께 하라" 유언



[ 박수진 기자 ]
한국에서 중남미 대륙은 멀다. 스페인·포르투갈어를 쓰는 문화권도 생경하다. 100년 전 멕시코 에네켄(‘애니깽’)과 아르헨티나 라마르케 농장에 진출한 이민 1세대의 역사는 눈물겹다. 이런 과거를 뒤로하고 코레아노(한국인)들이 ‘기회의 땅’을 억척스럽게 일구고 있다. 영광의 역사를 다시 쓰는 중이다.

지난 10일 페루 리마 호르헤산체스국제공항에서 만난 이채욱 우길 대표는 어깨에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서울 출장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해서 공항 인터뷰를 신청한 터였다.

이 대표는 페루 광산업계에 진입한 유일한 동양인이다. 페루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광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그동안 외국 기업에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철옹성이었다. 세로베로데와 볼칸 등 5~6개 현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채 철저하게 외부 기업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이른바 ‘광산 마피아’들이다.

이 대표는 이 장벽을 뚫고 이민 19년 만에 종업원 150여 명, 연간 매출 2000만달러 규모의 광산 중장비 임대·제조업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 대표가 페루로 간 것은 1990년 초.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접고 페루로 건너갔다. 처음엔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사업을 생각했다. 초기 투자와 관리 문제 등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광산장비 임대업에 손을 댔다.

사업은 예상대로 풀리지 않았다. 장비를 사고도 빌려줄 데를 찾기 힘들었다. 기회는 1998년 찾아왔다. 해발 4800m가 넘는 안데스산맥 고지대에서 한 카미세아 가스전의 가스관 매립공사 때였다. 고지에서 장비들은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그는 공사가 중단 없이 진행되도록 부품 조달에 최선을 다했다. 급할 때는 비행기로 부품을 실어 나르고, 필요할 때는 공사장 기술자들을 한국으로 보내 기술연수도 시켰다. 4년간 한 공사에서 그는 광산 마피아들로부터 ‘일을 좀 한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때부터 일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광산 마피아 중 하나인 볼칸과의 ‘특수한’ 관계도 큰 힘이 됐다. 볼칸은 현재 아연 생산 세계 2위 기업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 한때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당시 다른 장비업체는 볼칸을 외면했지만 이 대표는 흔쾌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2010년 사망한 로베르토 콜메나레스 전 볼칸 회장은 유언으로 “우길과는 끝까지 같이 가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길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10개 광산 중 3개는 볼칸에서 하청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페루든 어디든 자원개발을 하려면 욕심을 버리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느 나라든 자원개발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작은 것부터 하나씩 평판과 신용을 쌓아야 업계의 인정을 받고 함께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업체들은 단시간에 그럴듯한 사업부터 따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나 기업이나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시장에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페루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2015년엔 청주에 있는 유압브레이커 제조업체 마르띠유중공업을 인수했다. 지난해엔 볼리비아에 영업소를 내고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내년엔 미국으로 장비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마=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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